영회시(詠懷詩) IV(31-40)

완적(阮籍)

三十一

駕言發魏都(가언발위도)

수레를 몰아 위나라 서울을 떠나1)

南向望吹臺(남향망취대)

남으로 취대에 이르렀다.2)

簫管有遺音(소관유유음)

퉁소소리 지금도 여전하지만

梁王安在哉(양왕안재재)

양왕은 지금 어디 있는가?

戰士食糟糠(전사식조강)

전사들은 술지개미 먹고

賢者處蒿萊(연자처호래)

현자들은 초막에 산다.

歌舞曲未終(가무곡미종)

노래와 춤이 미처 끝나기 전에

秦兵已復來(진병이복래)

진나라 군사들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夾林非吾有(협림비오유)

협림은 이미 양왕의 소유가 아니고

朱宮生塵埃(주궁생진애)

주궁에서는 먼지만 자욱하네

軍敗華陽下(군패화양하)

화양성 싸움에서 패하니

身竟爲土灰(신경위토회)

몸은 죽어 진토가 되었구나

①위도(魏都) : 전국 때 위(魏)나라의 수도 대량(大梁)을 말한다. 지금의 하남성 개봉시(開封市)다. 대량은 기원전 361년 안읍(安邑)에서 천도하여 기원전 225년 멸망할 때까지의 위나라 수도였다. 후에 북송의 수도가 되었다.

②취대(吹臺) : 개봉시 동남 우왕대(禹王台) 공원내에 있는 누각으로 춘추 때 전설적인 악인 師曠이 연주를 즐겼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서한 왕조 때 文帝의 작은 아들 양효왕(梁孝王)이 증축하고 이름을 명대(明台)로 지었다가 그곳에서 연회를 열고 노래와 음악을 연주하게 했음으로 취대(吹臺) 혹은 번대(繁台)라는 이름을 붙였다. 두보도 『견회(遣懷』라는 제목의 시에 이백과 고적과 함게 취대에 올랐음으로 노래했다.

三十二

朝陽不再盛(조양부재성)

아침 해는 다시 성하지 못하고

白日忽西幽(백일홀서유)

흰 태양은 갑자기 서쪽으로 진다.

去此若俯仰(거차약부앙)

하루가 이처럼 순식간이거늘

如何似九秋(여하사구추)

시름은 어찌 긴 가을 같은가?

人生若塵露(인생약진로)

인생은 먼지나 이슬 같지만

天道邈悠悠(천도막유유)

천도는 아득히 멀다.

齊景升丘山(제경승구산)

제경공은 구산에 올라

涕泗紛交流(체사분교류)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고

孔聖臨長川(공성임장천)

공자는 긴 강으로 나가

惜逝忽若浮(석서홀약부)

덧 없는 세월 애석해 했다.

去者余不及(거자여불급)

나는 지나간 것을 쫓을 수 없고

來者吾不留(래자오불류)

오는 것을 잡을 수 없다.

願登太華山(원등태화산)

원컨대 태화산에 올라

上與松子遊(상여송자유)

적송자와 산위에서 노닐고 싶다.

漁父知世患(어부지세환)

어부는 세상의 우환을 알아

乘流泛輕舟(승류볌경주)

가벼운 배 띄워 물결타고 흘러갔다.

三十三

一日復一夕(일일복일석)

낮 지나면 다시 저녁이고

一夕復一朝(일석복일조)

저녁이 지나면 다시 아침이다.

顏色改平常(안색개평상)

얼굴빛이 평소와 다르고

精神自損消(정신자손소)

정신은 스스로 흐릿해지니

胸中懷湯火(흉중회탕수)

가슴속은 애간장 끓어

變化故相招(변화고상초)

이런 변화를 불러온다.

萬事無窮極(만사무궁극)

만사는 끝이 없는데

知謀苦不饒(지모고불요)

지모는 모자라 괴롭다.

但恐須臾間(단공수유간)

일순간 두려운건 오직

魂氣隨風飄(혼기수풍표)

혼령이 바람따라 날아가는 것

終身履薄冰(종신리부빙)

살얼음 위를 걸어온 내 일생

誰知我心焦(수지아심초)

누가 초조한 내맘을 알겠는가?

三十四

一日復一朝(일일복일조)

하루 지나면 다시 아침

一昏復一晨(일혼복일신)

저녁 지나면 다시 새벽

容色改平常(용색개평상)

얼굴 빛 평소와 다르고

精神自飄淪(정신자표륜)

정신은 절로 혼미해져서

臨觴多哀楚(임상다애초)

술잔 마주하면 슬픔 솟구쳐

思我故時人(사아고시인)

옛 친구 생각나게 한다.

對酒不能言(대주불능언)

술 마주하고 말을 못하는 건

淒愴懷酸辛(처창회산신)

쓰라린 슬픔 안고있어서지

願耕東皋陽(원경동고양)

동쪽 언덕 양지에서 밭갈기를 원하나

誰與守其真(수여수기진)

누구와 더불어 참된 진리 지킬까?

愁苦在一時(추고재일시)

시름과 고통은 한 때이나

高行傷微身(고행상미신)

고상한 품행은 미천한 몸 축낸다.

曲直何所爲(곡직하소위)

시비곡직을 따져 무엇하겠는가?

龍蛇爲我鄰(용사위아린)

용과 뱀 모두를 내 이웃으로 삼으리

三十五

世務何繽紛(세무하빈분)

세상 사 어찌나 어지러운지

人道苦不遑(인도고불황)

인생은 여유없는 고생길

壯年以時逝(장년이시서)

훌쩍 지나간 젊은 시절

朝露待太陽(조로대태양)

아침이슬이 햇빛에 사라진 것 같다.

願攬羲和轡(원람희화자)

원컨대 태양수레의 고삐를 잡고

白日不移光(백일불이광)

햇빛 움직이지 않았으면

天階路殊絕(천계로수절)

천상으로 가는 계단 끊기고

雲漢邈無梁(운한막무량)

은하수에는 다리조차 없으니

濯發暘穀濱(탁발양곡빈)

양곡의 냇가에서 머리 감고

遠遊昆嶽傍(원유곤악방)

멀리 곤륜산 부근으로 놀러가서

登彼列仙岨(등피열선저)

신선들이 머무는 돌산에 올라

采此秋蘭芳(채차추란바)

향기 짙은 가을 란초 따고

時路烏足爭(시로오족쟁)

까마귀 노는 곳에서 다투기 보다는

太極可翱翔(태극가고상)

태극에서 맘껏 날개 펴리라。

三十六

誰言萬事囏(유언만사간)

누가 세상 만사가 힘들다고 하나?

逍遙可終生(소요가종생)

한가로이 걷다가 죽을 수도 있는데

臨堂翳華樹(임당예화수)

대청마루 앞 무성한 나무의 그늘 밑에서

悠悠念無形(유유염무형)

생각은 유유한 무형의 도에 이른다.

彷徨思親友(방황사친우)

방황하며 친구 그리워하다

倐忽復至冥(숙홀복지명)

어느새 다시 어둠이 찾아왔다.

寄言東飛鳥(기언동비조)

동쪽으로 날아가는 새에 편지 날려보내면

可用慰我情(가용위아정)

내 우정 위로할 수 있으리라!

三十七

嘉時在今辰(가시재금진)

좋은 때는 지금 바로 새벽

零雨灑塵埃(영우홰진의)

가랑비 내려 먼지 씻어낸다.

臨路望所思(임로망소사)

길을 나가 그리운 님 기다리니

日夕復不來(일석복부래)

저녁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

人情有感慨(인정유감개)

사람의 정이라는 감개하는 면이 있으니

蕩漾焉能排(탕양언능배)

넘실대는 정을 어떻게 물리칠까?

揮涕懷哀傷(휘체회애상)

눈물 뿌리며 슬픔에 잠기니

辛酸誰語哉(신산수어재)

쓰라린 고통 누구에게 말할까?

三十八

炎光延萬里(염광연만리)

타는 불빛 만리에 비치고

洪川蕩湍瀨(홍천탕단뢰)

큰 강물은 급류에 치솟는다.

彎弓掛扶桑(만궁뢔부상)

굽은 활 부상에 걸어두고

長劍倚天外(장검의천외)

긴 칼 하늘 너머 세워두며

泰山成砥礪(태산성지려)

태산을 숫돌로 삼고

黃河爲裳帶(황하위상대)

황하를 허리 띠로 여긴다.

視彼莊周子(시피장주자)

저 장자를 보노라면

榮枯何足賴(영고하족뢰)

영고성쇠를 어찌 믿을만하던가?

捐身棄中野(연신기중야)

죽음 몸 들판에 버려져

烏鳶作患害(오연작환해)

까마귀와 솔개의 먹이가 되는데

豈若雄傑士(개약웅걸사)

어찌하면 영웅호걸처럼

功名從此大(공명종차대)

지금부터라도 공명을 쫓을 수 있을까?

三十九

壯士何慷慨(장사하강개)

장사가 얼마나 강개했는지

志欲威八荒(지욕위팔황)

뜻을 온 세상에 펼치고자

驅車遠行役(구거원행역)

수레를 몰고 멀리 변방에 나가

受命念自忘(수명염자망)

명을 받아 자신을 잊었다.

良弓挾烏號(양궁협오호)

오호 명궁을 옆에 끼고

明甲有精光(명갑유정광)

명광개는 광채가 번쩍인다.

臨難不顧生(임난불원생)

난을 당하여 목숨을 돌보지 않고

身死魂飛揚(신사혼비양)

몸은 죽어도 혼은 전장터를 날아다닌다.

豈爲全軀士(기위전구사)

어찌 삶을 탐하는 겁쟁이 되랴?

效命爭戰場(효명쟁전쟁)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서 싸우는데

忠爲百世榮(충위백세영)

충심은 백세에 걸쳐 영광이고

義使令名彰(의사영명창)

의로운 마음은 아름다운 이름으로 드날린다.

垂聲謝後世(수성사후세)

명성을 후세에 길이길이 전하여

氣節故有常(기절고유상)

그의 기개와 절조는 영원하리라!

四十

混元生兩儀(혼원생양의)

태극의 원기는 천지를 낳고

四象運衡璣(사상운형기)

사상은 형기에 맞추어 운행하니

曒日布炎精(교일포염정)

찬란한 태양은 뜨거운 정령 펼치고

素月垂景輝(소월수경휘)

하얀 달은 맑은 빛 드리운다.

晷度有昭回(구도유소회)

해시계 그림자 늘 도는데

哀哉人命微(애재인명미)

슬프도다! 하찮은 사람의 목숨

飄若風塵逝(표약풍진서)

바람 속의 먼지처럼 날아서

忽若慶雲晞(홀고경운희)

오색구름처럼 훌쩍 없어진다.

修齡適餘願(수령적여원)

장수는 내가 바라는 바이나

光寵非己威(광총비기위)

영화와 총애는 원하지 않는다.

安期步天路(안기보천로)

안기생은 하늘 길 걸었고

松子與世違(송자여세위)

적송자는 세상과 달리했으니

焉得淩霄翼(언득능소익)

어찌하면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얻어

飄颻登雲湄(표표등운미)

구름 위로 훨훨 날아오를까?

嗟哉尼父志(차재니부지)

아아! 애재라 공자의 뜻!

何爲居九夷 (하위거구이)

어찌 오랑캐 땅에 머물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