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꽃은 하루만에 떨어지고 귀뚜라미나 여치는 한 계절을 넘기지 못한다. 하루살이는 사흘 밖에 살지 못하면서도 날개는 한층 멋을 부린 듯 화려하다. 모두 생명이 짧은 생물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한다. 슬픈 현실을 극복하는 가치 있는 삶에 대한 예찬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길지 않은 삶 동안 어떻게 하면 즐겁고 보람차게 살지는 각자의 노력 여하에 달려있다. 잛은 인생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여생이라도 보람차게 보내야겠다는 시인의 각오가 드러나 있다.
七十二
修塗馳軒車(수도치헌거)
넓은 길엔 멋진 수레 달리고
長川載輕舟(장천재경주)
기다란 강에는 가벼운 배 떠있다.
性命豈自然(성명기자연)
천성이 어찌 그대로 갈까:
勢路有所由(세로유소유)
권세의 길엔 까닭 있는 법
高名令志惑(고명영지혹)
높은 명성은 가슴에 품은 뜻을 미혹케 하고
重利使心憂(중리사심우)
마음에 근심을 키우는 막대한 이익은
親昵懷反側(친니회반측)
친한 자들도 두 마음 갖게 하고
骨肉還相讎(골육환상수)
골육도 원수로 만든다.
更希毀珠玉(갱희훼주옥)
다시 바라노니 옥구슬 부수고
可用登遨遊(가용등오유)
하늘에 올라 떠다닐 수 있다면
이 세상에는 멋진 수레 타고 대로를 달리는 세도가들도 있고 긴 하찬에 가벼운 배를 띄워 놀이를 즐기는 풍류객들도 많다. 이런 세태를 보고 있노라면 한편으로는 인생이란 자연의 순리대로 되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그것은 명성이나 이익 등 인위적은 요소가 절대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척이 반목하고 골육이 상잔하는 험한 꼴을 보게 되니, 눈 앞에 놓인 옥구슬을 버리고 하늘 높은 곳으로 올라가 신선처럼 마음껏 떠아닐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七十三
橫術有奇士(횡술유기사)
유세술에 뛰어난 선비
黃駿服其箱(황준복기상)
누런 준마 칸막이 수레 타고
朝起瀛洲野(조기영주야)
아침 일찌기 영주의 들판에서 일어나
日夕宿明光(일석수명광)
저녁에는 명광에서 묵는다.
再撫四海外(재무사해외)
다시 사해 밖에까지 나아가
羽翼自飛揚(우익자비양)
날개 펼쳐 높이 날아오른다.
去置世上事(거치세상사)
세상사 모두 버렸으니
豈足愁我腸(기족수아장)
어찌 내게 근심 있겠는가?
一去長離絕(일거장리절)
한 번 세상과 멀리 단절했으니
千歲複相望(천세복상망)
천년 후에나 다시 볼수 있으려나?
시인은 기이한 선지가 되길 간절히 기원했다. 기이한 선비란 누런 준마가 끄는 화려한 수레타고 영주 들판을 출발하여 저녁에 단구(丹丘)에서 묵으며 다시 사해 밖까지 나아가 하늘로 높이 날면서 세강과 단절한 처사다. 세속을 초월해 안빈락도를 즐기는 전형적인 신선의 모습이다. 천년 뒤에나 한 번 세상에 나타나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그들이야말로 시인의 진정한 희망의 대상이다.
2020-01-25 19: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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