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懷詩(영회시) III(21-30)

阮籍

二十一

於心懷寸陰(어심회촌음)

촌음이 아깝다는 생각뿐인데

羲陽將欲冥(희양장욕명)

희화의 태양은 명부로 들어간다.

揮袂撫長劍(휘메무장검)

소메 깃을 휘날리며 장검을 쥐고

仰觀浮雲征(앙관부운정)

고개들어 뜬 구름 바라본다.

雲間有玄鶴(운간유현학)

구름 사이로 나는 검은 학

抗志揚哀聲(항지양애성)

굳은 의지로 울어대는 소리 애달프다.

一飛沖青天(일비충청천)

푸른 하늘로 한 번 솟구쳐 날라가니

曠世不再鳴(광세부재명)

넓은 세상 다시는 울지 않겠네

豈與鶉鷃遊(기여순안유)

어찌 메추라기와 같이 노닐며

連翩戲中庭(연편희중정)

날개 맞대며 뜰 안에서 희롱하겠는가?

二十二

夏後乘靈輿(하후승영여)

하나라의 계임금은 하늘의 수레를 탔고

誇父爲鄧林(과보위등림)

과보는 등림이 되었다.

存亡從變化(존망종변화)

죽고 사는 것은 변화일 따름으로

日月有浮沉(일월유부침)

해와 달이 뜨고 지는 일과 같다.

鳳皇鳴參差(봉황명참차)

봉황이 울어대는 참차한 소리에

伶倫發其音(영윤발기음)

영윤은 노래를 지었다.

王子好簫管(왕자호소관)

왕자 晉은 퉁소 소리 좋아해서

世世相追尋(세세상추심)

대대로 그의 행적 추적했다.

誰言不可見(수언불가견)

누가 신선을 볼 수 없다고 했는가?

青鳥明我心(청조명아심)

청조가 내 마음 밝히는구나!

二十三

東南有射山(동남유야산)

동남쪽에 있는 고야산

汾水出其陽(분수출기양)

그 남쪽에서 분수가 시작한다.

六龍服氣輿(육룡복기여)

여섯 마리의 용이 구름 수레를 끌고

雲蓋切天綱(운개절천강)

구름 덮개는 하늘 벼리에 닿는다.

仙者四五人(선자사오인)

신선 너덧 명이

逍遙晏蘭房(소요안란방)

소요하다 우아한 방에 들어 편안히

寢息一純和(침식일순화)

자리에 누워 쉬자 모든게 순화되어

呼噏成露霜(호흡성로상)

숨을 쉬면 이슬과 서리 된다.

沐浴丹淵中(목욕단연중)

단연의 못에서 목욕하니

照耀日月光(조요일월광)

햇빛 달빛 밝게 비치고

豈安通靈台(기안통영대)

편히 즐기며 시름 하나 없이

遊瀁去高翔(유양거고상)

못에서 노닐다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二十四

殷憂令志結(은우령지결)

시름에 깊은 마음 꽁꽁 묶어 메고

怵惕常若驚(출척상약경)

심한 두려움에 놀란 듯

逍遙未終晏(소요미종안)

소요 채 끝나기 전에

朱華忽西傾(조화홀서경)

붉은 해 훌쩍 서쪽으로 기우니

蟋蟀在戶牖(실솔재호유)

귀뚜라미 창가에 울고

蟪蛄號中庭(혜고호중정)

매미는 뜰 가운데서 울어댄다.

心腸未相好(심장미상호)

마음 서로 통하지 않는데

誰雲亮我情(수운량아정)

누가 내 참뜻 알아주겠는가?

願爲雲間鳥(원위운간조)

원컨대 구름 사이에 나는 새가 되어

千里一哀鳴(천리일애명)

천리 밖까지 슾픈 소리 전전하고

三芝延瀛洲(삼지연영주)

삼지 널려 있는 영주로

遠遊可長生(원유가장생)

멀리 유람가면 오래 살 수 있으리!

二十五

拔劍臨白刃(발검임백인)

검을 뽑아 예리한 칼날 맞서지만

安能相中傷(안능상중상)

어찌 능히 서로 상처를 입히겠는가?

但畏工言字(단외공언자)

오직 조정의 아첨꾼이 두려울 뿐이니

稱我三江旁(칭아삼강방)

사마씨 옆에서 나를 무고하겠지

飛泉流玉山(비천유옥산)

폭포가 옥산에서 흘러내리고

懸車棲扶桑(현거서부상)

태양을 수레에 태운 희화는 부상에 머무는데

日月徑千里(일월경천리)

해와 달이 천리를 달려도

素風發微霜(소풍발미상)

가을바람에는 무서리가 생기는 법

勢路有窮達(세로유궁달)

권세의 길이란 항상 끝이 있으니

咨嗟安可長(자차안가장)

아, 소인들이 어찌 오래 가겠는가?

二十六

朝登洪坡顛(조등홍파전)

아침에는 가파픈 언덕 오르고

日夕望西山(일석망서산)

저녁에는 서쪽의 수양산을 쳐다본다.

荊棘被原野(형극피원야)

가시나무 벌판을 뒤덮고

羣鳥飛翩翩(군조비편편)

새들은 무리 지어 훨훨 날지만

鸞鷖時棲宿(란예시서숙)

난해와 봉황이 때때로 깃들이니

性命有自然(성명유자연)

천성도 자연의 이치에 따를 뿐

建木誰能近(건목수능근)

건목에 누가 다가갈 수 있으리오만?

射幹複嬋娟(사건복선연)

사간은 예쁜 자태 뽐낸다.

不見林中葛(불견임중갈)

숲 속 칡넝쿨은 드러나진 않지만

延蔓相勾連(연만상구련)

덩굴로 서로 영켜 있음이라!

二十七

周鄭天下交(주정천하교)

주정 일대는 천하의 중심이고

街術當三河(가술당삼하)

사통팔달의 도로가 삼하에 걸쳐있다.

妖冶閑都子(요야한도자)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여인

煥耀何芬葩(환약하분파)

생화처럼 얼마나 화사하고 찬란한지

玄發發朱顏(현발발주안)

검은 머리 붉은 얼굴 내보이며

睇眄有光華(제면유광화)

둘러보는 눈빛엔 광채가 번쩍인다.

傾城思一顧(경성사일고)

절세미인 한번 돌아봤으면 하는데

遺視來相誇(유시래상과)

몰래 보며 다가와서는 서로를 뽐낸다.

願爲三春遊(원위삼춘유)

화사한 봄날 같이 놀기를 바라지만

朝陽忽蹉跎(조양홀차타)

아침 해는 홀쩍 사라져

盛衰在須臾(성쇠재수유)

성쇠는 순식간이니

離別將如何(이별장여하)

이별의 때가 오면 장차 어찌할까나?

二十八

若花耀四海(약화약사해)

약목이 사해에 빛나면

扶桑翳瀛洲(부상예영주)

부상은 영주산을 가리고

日月經天塗(일월경천도)

해와 달은 하늘 길 지나가니

明暗不相讎(명암불상수)

명암은 서로 겹치지 않는다.

窮達自有常(궁달자유상)

빈궁과 영달에도 규율이 있으니

得失又何求(득실우하구)

득실을 어찌 바라겠으며

豈效路上童(기효로상동)

어떻게 하면 길거리 아이 본받아

攜手共遨遊(휴수공오유)

함께 손잡고 마음껏 노닐까?

陰陽有變化(음양유변화)

음양은 변화하는데

誰雲沉不浮(수운침부부)

가라앉으면 뜨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나?

朱鱉躍飛泉(주별약비천)

붉은 자라가 폭포 뛰어넘고

夜飛過吳洲(야비과오주)

담로검은 밤새 오나라 땅을 지나

俛仰運天地(면앙운천지)

순식간에 천지를 운행하여

再撫四海流(재무사해류)

다시 사해의 물결에 다가갔다.

系累名利場(계루명리장)

명리 다투는 곳에 얽매이면

駑駿同一輈(노준동일주)

노새와 준마가 한 끌채에 매여 있는 꼴

豈若遺耳目(기약유이목)

어떻게 하면 귀와 눈을 버린 듯 할까?

升遐去殷憂(승하거은우)

하늘 오르면 깊은 근심 잊으리라!

二十九

昔餘遊大梁(석여유대량)

옛날 대량을 여행하다

登於黃華顛(등어황화전)

황화산 꼭대기에 올랐다.

共工宅玄冥(공공택현명)

공공씨가 수신이 되어 지은

高台造青天(고대조청천)

고대는 푸른 하늘에 닿았다.

幽荒邈悠悠(유황모유유)

황량한 벌판만이 끝없이 펼쳐져

淒愴懷所憐(처창회소린)

비통한 마음속 불쌍한 자 있으니

所憐者誰子(소린자수자)

그 불쌍한 자는 과연 누구일까?

明察自照妍(명찰자조연)

밝게 살피면 저절로 알리라.

應龍沈冀州(응룡침기주)

응룡이 기주를 가라앉히자

妖女不得眠(요녀부득면)

여발(女魃)은 잠 못 이루었다.

肆侈陵世俗(사치능세속)

방자한 사치가 도를 넘는데

豈雲永厥年(기운영궐년)

어찌 영원하리라 말할 수 있겠는가?

三十

驅車出門去(구거출문거)

수레 몰고 문밖에 나서서

意欲遠征行(의욕원정행)

멀리 떠나고자 마음먹었다.

征行安所如(정행안소여)

멀리 어디로 갈까?

背棄誇與名(배기과여명)

헛된 명예 버리려고 했다.

誇名不在己(과명부재기)

헛된 명예는 내 것이 아니니

但願適中情(단원적중정)

마음만 편안하기 바랄뿐이나

單帷蔽皎日(단유폐교일)

홑 휘장은 밝은 해 가리고

高樹隔微聲(고수격미성)

높은 정자나무는 미약한 소리 막는다.

讒邪使交疏(참사사교소)

중상과 모략이 교유를 멀리하게 하고

浮雲令晝冥(부운령주명)

뜬구름이 한낮을 어둡게 한다.

嬿婉同衣裳(연완동의상)

미인들 똑같은 옷 차려입고

一顧傾人城(일고경인성)

한번 쳐다보니 성을 기울게 한다.

從容在一時(종용재일시)

여유로움도 한 때뿐

繁華不再榮(번화부재영)

다시는 영화를 누리지 못하리라.

晨朝奄複暮(진조엄복모)

아침이 어느새 저녁되니

不見所歡形(불견소환형)

친한 친구 모습 보이지 않는다.

黃鳥東南飛(황조동남비)

동남쪽으로 날아가는 꾀꼬리 편에

寄言謝友生(기언사우생)

내 말을 친구에게 전하련다.

(지만지 고전선집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