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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초(浮萍草)
조식(曹植)
원제(原題)는 《부평편(浮萍篇)》으로 버림받은 여인의 심정을 노래한 악부시가다. 황초(黃初 : 220〜228) 연간의 작품이다. 남편과 서로 화목하고 즐겁게 지내던 부인이 아무 이유 없이 버림을 받은 위의 슬픔과 원망을 하면서도 남편이 다시 마음을 돌리기를 희망했다. 작자 조식은 본 기부시(棄婦詩)를 통해 자신이 당한 정치상의 불행한 처지를 기탁했다.
浮萍寄淸水(부평기청수)
부평초(浮萍草)는 맑은 물에 기대어
隨風東西流(수풍동서류)
바람을 따라서 동서로 흐르는데
結髮辭嚴親(결발사엄친)①
머리를 얹고서 엄한 부친과 하직하고
來爲君子仇(내위군자구)
여기 와 당신 짝이 되었지요.
恪謹在朝夕(각근재조석)
아침저녁으로 근신 근면하였지만
無端獲罪尤(무단획죄우)
뜻밖에도 죄와 허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네요.
在昔蒙恩惠(재석몽은혜)
옛날에 사랑 받을 적에는
和樂如琴瑟(화락여금슬)
거문고 비파처럼 화락(和樂)했는데
何章今摧頹(하장금최퇴)
어쩌다가 이제는 깨어지고 부서져
曠若商與參(광약상여삼)
상성(商星)과 삼성(參星)처럼 멀어 졌나요?
茱萸自有芳(수유자유방)
수유(茱萸)는 스스로 향기를 내뿜지만
不若桂與蘭(불약계여란)
계수나무 난초가 서로 같지 않듯이
新人雖可愛(신인수가애)
새 사람이야 사랑스럽긴 하겠지만
無若故所歡(무약고소환)
옛사람의 기쁨만 하겠어요?
行雲有反期(행운유반기)
떠다니는 구름도 돌아올 기약 있기에
君恩惝中還(군은창중환)
당신의 사랑도 돌아오지 않을까요?
慊慊仰天歎(겸겸앙천탄)
하늘을 쳐다보고 탄식하지만
愁心將何愬(수심장하소)
서글픈 마음은 뉘에게 하소연 하나요?
日月不恒處(일월불항처)
세월이 늘 한 곳에 머물지 않고
人生忽若寓(인생홀약우)
인생 역시 잠간동안 머무는 나그네살이랍니다.
悲風來入懷(비풍래입회)
서러운 바람이 가슴속에 파고드니
淚下如垂露(누하여수로)
눈물은 떨어져서 이슬이 됩니다.
發篋造裳衣(발협조상의)③
상자를 열어 옷이나 만들려고
裁縫紈與素(재봉환여소)
흰 비단과 명주를 마르고 꿰맵니다.
①결발(結髮) : 옛날 중국에서는 성년이 될 때 머리를 묶어 올렸다. 남자는 20세, 여자는 15세.
②수유(茱萸) : 운향과에 속하는 낙엽교목. 방향(芳香)이 있는 적갈색의 열매로 기름을 짜서 머릿기름으로 씀.
③협(篋) : 바느질감이나 도구를 넣어 두는 대나무로 만든 상자.
기부시(棄婦詩)
아들을 낳지 못해 친정으로 쫓겨가게 된 여인의 슬픔을 노래한 악부시가다. 옛날 남성 위주의 종법사회에서는 대를 잇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했으며, 그로 인해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은 합법적으로 내쫓김을 당했다. 그것은 또한 여인이 내쫓기는 일곱 가지 이유인 칠거지악(七去之惡)의 가장 중대한 잘못이었다. 또한 칠거지악은 쇄미해진 본처를 버리고 젊고 아름다운 새 여인을 맞이하려는 구실로도 이용되었다.
石榴植前庭(석류식전정)
석류나무를 앞뜰에 심었더니
綠葉搖縹青(녹엽요표청)
파르스름한 푸른 잎이 바람에 요동친다.
丹華灼烈烈(단화작열렬)
붉은 꽃은 불꽃처럼 타오르고
璀彩有光榮(최채유광영)
눈부신 빛은 찬란하게 반짝인다.
光榮曄流離(광영엽유리)
유리처럼 반짝이는 그 빛에
可以戲淑靈(가이희숙령)
맑은 영혼 깃들고
有鳥飛來集(유조비래집)
새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 앉더니
拊翼以悲鳴(부익이비명)
날개를 파닥이며 슬피 운다.
悲鳴夫何爲(비명부하위)
무슨 일이기에 슬피우는가?
丹華實不成(단화실부성)
붉은 꽃이 열매를 못 맺혀
拊心長歎息(부심장탄식)
가슴을 치고 길게 탄식하면서
無子當歸寧(무자당귀녕)
아들을 못 낳은 죄로 친정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有子月經天(유자월경천)
자식 있는 사람은 달이 하늘에 오를 수 있으나
無子若流星(무자약유성)
자식이 없으면 유성처럼 하늘에서 떨어지고
天月相終始(천우러상종시)
하늘과 달은 늘상 같이 있지만
流星沒無精(유성몰무정)
떨어지는 별은 빛을 발할 수 없다네
棲遲失所宜(서지실소의)
살아가면서 마땅히 자식을 낳지 못하면
下與瓦石並(하여와석병)
윤락하여 기와나 돌맹이와 함께 해야만 하니
憂懷從中來(우회종중래)
근심스런 생각이 가슴속에서 일어나
歎息通雞鳴(탄식통계명)
닭이 울 때까지 탄식하면서 지샌다.
反側不能寐(반측불능매)
잠 못 이루고 몸을 뒤척이다가
逍遙於前庭(소요어전정)
앞뜰로 나와 서성거리지만
踟躕還入房(지주환입방)
주저하다가 다시 방으로 들어오니
肅肅帷幕聲(숙숙유막성)
스륵스륵 회장 날리는 소리만 들린다.
搴帷更攝帶(건유갱섭대)
휘장 걷고 허리띠를 다시 매고
撫節彈鳴箏(무절탄명쟁)
거문고를 타고 쟁이를 울리니
慷慨有餘音(강개유여음)
슬픔 가득하게 악기의 여음이 돌고
要妙悲且清(요묘비차청)
가느다란 소리 슬프고도 맑다.
收淚長歎息(수루장탄식)
눈물을 훔치고 장탄식하면서
何以負神靈(하이부신령)
내가 어떻게 하면 신령의 은택을 입을 수 있겠는가?
招搖待霜露(초요대상로)
계수나무는 서리와 이슬을 기다린다고 하지만
何必春夏成(하필춘하성)
하필이면 봄과 여름에 열매를 맺는가?
晚獲爲良實(만흭위량실)
늦게 수확하면 좋은 열매 맺는다는데
願君且安寧(원군차안녕)
그대여 잠시 마음 편하게 기다리시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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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25 22:4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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