詠懷詩V(41-50)



四十一
天網彌四野(천망미사야)
천지를 덮고 있는 하늘그물

六翮掩不舒(육핵엄불서)
움츠린 홍곡은 날개 펴지 못한다.

隨波紛綸客(수파분륜객)
세파를 따르는 많은 사람들

泛泛若浮鳧(범범약부부)
둥둥 떠다니는 오리떼 같다.

生命無期度(생명무기탁)
생명이란 정해진 시간 없어

朝夕有不虞(조석유불우)
어침저녁 어찌 될 줄 모르지만

列仙停修齡(열선정수령)
신선들은 장수가 보장되어

養志在沖虛(양지재충허)
허정(虛靜) 속에서 뜻을 키운다.

飄颻雲日間(표요운일간)
구름과 해 사이를 훨훨 날아

邈與世路殊(막여세로수)
아득히 세속의 길과 달리한다.

榮名非己寶(영명비기보)
영광과 명성 소중치 않은데

聲色焉足娛(성색언족오)
음악과 여색 어찌 즐거울까?

采藥無旋返(채약무선반)
약초 캐러 가서 돌아오지 않더니

神仙志不符(신선지불부)
신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逼此良可惑(핍차량가혹)
이런 곤경을 보고 당혹하여

令我久躊躇(영아구주저)
오랫동안 나를 주저하게 만든다.


四十二
王業須良輔(왕업수량보)
제왕의 대업에는 좋은 신하 필요하고

建功俟英雄(건공준영웅)
공적 세우려면 영웅을 기다려야 하는 법

元凱康哉美(원개강재미)
팔원(八元), 팔개(八凱)는 재덕이 훌륭하고

多士頌聲隆(다사송성강)
수많은 현사들 칭송이 자자했다.

陰陽有舛錯(음양유천착)
음양이 어그러져 질서 무너지고

日月不當融(일월부당융)
해와 달은 언제나 밝은 것도 아니어서

天時有否泰(천시유부태)
하늘의 절기는 통하기도 막히기도 하는 법

人事多盈沖(인사다영충)
또한 사람의 일도 잘되기도 못되기도 하는 법

園綺遯南嶽(원기둔남악)
사호(四皓)는 상산(商山)으로 피했고

伯陽隱西戎(백양은서융)
노자는 서융의 땅으로 들어가 숨었다.

保身念道真(보신염도진)
몸을 지키며 도덕의 참뜻만을 생각한다면

寵耀焉足崇(총요언족숭)
총애나 영광을 어찌 숭상할 수 있겠는가?

人誰不善始(인수불선시)
시작에 능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이며

尠能克厥終(선능극궐종)
더욱이 끝맺음을 잘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休哉上世士(휴재상세사)
아름답구나! 옛날 선비들이여!

萬載垂清風(만재수청풍)
만세에 맑은 바람 드리웠도다!


四十三
鴻鵠相隨飛(홍곡상수비)
기러기와 고니들 서로 줄지어 날아

飛飛適荒裔(비비적황예)
날고 날아서 아득한 곳으로 떠나간다

雙翮臨長風(쌍핵임장풍)
두 날개에 긴 바람 품고

須臾萬里逝(수유만리서)
잠간 동안에 만리를 날아간다.

朝餐琅玕實(조찬낭간실)
아침에는 낭간수(琅玕樹) 열매 먹고

夕宿丹山際(석숙단산제)
저녁에는 단산 언저리에 묵어간다

抗身靑雲中(항신청운중)
푸른 구름 속으로 몸을 뻗히니

網羅孰能制(망라숙능제)
그물인들 능히 막을 수 있겠는가?

豈與鄕曲士(기여향곡사)
내가 어찌 시골 선비와

攜手共言誓(휴수공언서)
손 맞잡고 같이 맹세의 말 나누리오?


四十四
儔物終始殊(주물종시수)
같은 짝이라도 처음과 끝이 다르고

修短各異方(수단각이방)
길거나 짧아 세상에 같은 것은 없는 법이다.

琅玕生高山(낭간생고산)
낭간수는 높은 산에서 자라고

芝英耀朱堂(지영요주당)
영지버섯은 붉은 전당에서 빛나지만

熒熒桃李花(형형도리화)
도리화가 형형하게 빛나면

成蹊將夭傷(성계장요상)
작은 길 생겨 일찍 죽거나 상할 뿐인데

焉敢希千術(언감희천술)
감히 그 힘든 천술이 필요한 길을 가겠는가?

三春表微光(삼추뇨미광)
짧은 봄철에 희미한 빛 낼 뿐인데

自非淩風樹(자비능풍수)
스스로 바람 이기는 나무가 아니라

憔悴烏有常(초췌오유상)
초췌하니 어찌 항상 빛을 발하겠는가?


四十五
幽蘭不可佩(유란불가패)
그윽한 초는 허리에 두를 수 없는데

朱草爲誰榮(주초위수영)
주초는 누구를 위해 꽃 피울까?

修竹隱山陰(수죽은산음)
큰 대나무는 산 북쪽에 숨어 자라고

射幹臨增城(사간임증성)
사간은 곤륜산이 증성에 임하지만

葛藟延幽穀(갈뢰연유곡)
갈류는 깊은 골짜기에 퍼지고

綿綿瓜瓞生(면면과질생)
크고 작은 오이는 빽빽하게 달려있다.

樂極消靈神(악극소영신)
즐거움이 지나치면 정신줄 놓게 되고

哀深傷人情(애심상인정)
슬픔이 깊어지면 마음이 상하니

竟知憂無益(경지우무익)
근심은 이로울게 없음을 알게 된 바에야

豈若歸太清(기약귀태청)
어찌 하늘로 돌아감만 못하겠는가?


四十六
鷽鳩飛桑榆(학구비상유)
뽕나무와 느릅나무 위를 나는 산비둘기

海鳥運天池(해조운천지)
붕새는 바다를 건너 하늘의 연못 위를 난다.

豈不識宏大(기불식굉대)
어찌 크고 넓은 줄 모를까마는

羽翼不相宜(우익불상의)
날개가 따르지 못해서이다.

招搖安可翔(초요안가상)
날개짓을 친다해도 높이 나를 수 없으니

不若棲樹枝(불약서수지)
차라리 나뭇가지에 깃드니만 못하겠지.

下集蓬艾間(하집봉예간)
아래에선 쑥대풀 사이에 모이고

上遊園圃籬(상유원포리)
위에서는 뜰 앞의 울타리에서 노닐며

但爾亦自足(단이역자족)
이처럼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데

用子爲追隨(용자위추수)
어찌 붕새를 따르려고 하겠는가?


四十七
生命辰安在(생명신안재)
태어나서 좋은 시절 있었던가?

憂戚涕沾襟(우척체점금)
근심으로 눈물이 옷깃 적신다.

高鳥翔山岡(고조상산강)
높이 나는 새는 산위를 날지만

燕雀棲下林(연작서하림)
제비와 참새는 숲 아래에 깃드는 법.

青雲蔽前庭(청운폐전정)
푸른 구름 앞뜰 가리니

素琴淒我心(소금처아심)
거문고 소리 심금 울린다.

崇山有鳴鶴(숭산유명학)
숭산 위에서 학이 울지만

豈可相追尋(기가상추심)
어찌 그것을 쫓을 수 있겠는가?


四十八
鳴鳩嬉庭樹(명구희정수)
산비둘기는 앞뜰 나무에서 즐겁게 놀고

焦明遊浮雲(초명유부운)
봉황은 뜬 구름 사이로 날아다닌다.

焉見孤翔鳥(언견고상조)
어찌 홀로 나는 새만 보이는가?

翩翩無匹羣(편편무필군)
짝도 무리도 없이 훨훨 날아다닌다.

死生自然理(사생자연리)
생사는 자인의 이치이만

消散何繽紛(소산하빈분)
사라져 없어짐이 어찌나 어지럽나?


四十九
步遊三衢旁(보유삼구방)
삼거리로 나가 길을 거닐다가

惆悵念所思(추창염소사)
실의에 빠져 그리운 임 생각한다.

豈爲今朝見(기위금조현)
어찌 오늘 아침에 볼 수 있을까?

恍惚誠有之(황홀성유지)
황홀경에 빠져 진정이라고 생각하지만

澤中生喬松(탁중생교송)
연못 속에서 큰 소나무가

萬世未可期(만세미가기)
영원히 자라기를 바라면 안 되는 법.

高鳥摩天飛(고조마천비)
높이 나는 새 하늘에 다가가

淩雲共遊嬉(능운공유희)
구름을 넘나들며 즐겁게 노니는데

豈有孤行士(기유고행사)
어찌하여 홀로 걷는 자 있어

垂涕悲故時(수체비고시)
눈물 흘리며 옛 시절을 스러하는가?


五十
清露爲凝霜(청로위응상)
맑은 이슬이 언 서리로 변하니

華草成蒿萊(화초성호래)
화사한 nf은 거친 잡초가 된다.

誰雲君子賢(수운군자현)
누가 군자는 어질다고 했으며

明達安可能(명달안가능)
모든 일에 통달할 수 있다고 했을까?

乘雲招松喬(승운초송교)
구름타고 적송자와 왕자교 쫓아

呼噏永矣哉(호흡영의재)
함께 호흡하며 오래오래 살리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