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선행(捉船行)

오위업(吳偉業)
자는 준공(駿公)이고 호는 매촌(梅村)이다. 강소성 태창(太倉) 출신이다. 진사가 된 뒤 편수(編修)를 시작으로 좌서자(左庶子) 등의 관직을 지냈다. 복왕(福王) 때 소첨사(少詹事) 벼슬이 주어졌으나 대신들의 뜻을 거슬려 낙향했다. 청 순치(順治) 3년 1653년, 북경으로 불려나가 비서시강(祕書侍講)에 임명되고 순치 13년에는 국자감좨주(國子監祭主)로 승진했다. 14년에 모친상을 당해 다시 낙향하여 전원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쳤다. 문집으로 《매촌가장고(梅村家藏稿)》가 있다.

이 시는 명나라가 망하고 만주족의 청나라가 들어선 뒤 상당기간 각지에서 항청복명(抗淸復明)이 일어났다. 그 중에도 순치 16년 1659년 복건의 정성공(鄭成功)과 절강의 장황언(張煌言)이 연합하여 일으킨 수군을 주축으로 하는 복명군은 한때 청나라에 큰 타격을 안겼다. 이 때 청나라에서는 이 해상세력을 누르기 위해 사방의 배를 징발했다. 이때 있었던 강남지방 관리들의 횡포와 백성들의 고난을 읊었다.


官差捉船爲載兵(관차착선위재병)
관청에서 관원을 풀어 군사를 실어 나를 배를 징발하자

大船買脫中船行(대선매탈중선행)
대선은 돈을 써서 징발을 면하고 중선만 따라가는데

中船蘆港且潛避(중선로항차잠피)
중선은 가다가 갈대 무성한 항구에 잠시 숨어 피하고

小船無知唱歌去(소선무지창가거)
작은 배만은 알지 못하고 노래부르며 따라간다.

郡符昨下吏如虎(군부작하리여호)
군청의 부절을 지닌 관리는 마치 호랑이 같아

快槳追風搖急櫓(쾌장추풍요급노)
빠른 배를 타고 바람을 쫓듯 급히 노를 저어 달려온다.

村人露肘捉頭來(촌인노주착두래)
팔꿈치 드러난 옷을 입은 촌부는 머리채 잡혀 끌려와서

背似土牛耐鞭苦(배사토우내편고)
등을 흙소처럼 채찍으로 호되게 얻어맞는다.

苦辭船小要何用(고사선소요하용)
억지로 이 작은 배 어디에 쓰시렵니까 하고 물으며

爭執洶洶路人擁(쟁집흉흉로인옹)
시끄럽게 버티자 길가던 사람들 모여든다.

前頭船見不敢行(전두선견불감행)
앞머리 배가 사정을 보고는 감히 나아가지 못하고

曉事篙題斂錢送(효사고제염전송)
이를 아는 뱃사람들이 돈을 모아 갖다 바친다.

船戶家家壞十千(선호가가괴십천)
배 주인들은 집집마다 만전의 돈을 써서

官司查點侯如年(관사사점후여년)
관청에서 예년처럼 점고하기를 기다린다.

發回仍索常行費(발회잉색상행비)
배를 돌려보내고도 여전히 경상비(經常費)를 받아내고

另派門攤雲雇船(영파문탄운고선)
그밖에도 관원을 보내 용선비라고 하면서 집집마다 세금걷는다.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官舫嵬峨無用處(관방외아무용처)
우람하고 높은 관선은 쓸 곳이 없어

打彭插旗馬頭住(타팽삽기마두주)
북 우리며 깃발 꽂아놓고 부두에 정박하고 있음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