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숭(劉崧)
자는 자고(子高)이고 지금의 강서성 태화(泰和) 출신으로 어릴 때의 이름은 유초(劉楚)다. 집안이 가난했으나 힘껏 독서했다. 추운 겨울 손난로마저 없어 두 손이 동상에 걸려 물러터졌으나 의연히 독서와 필사를 멈추지 않았다. 원말 향리에서 천거되어 관직에 나갔다. 홍무(洪武) 3년(1370) 경전에 밝고 품행이 방정한 사람들에게 수여하는 경명수행(經明行修)에 천거되자 이름을 유숭으로 개명했다. 황제에 불려가 봉천전(奉天殿)에서 접견하고 병부(兵部)의 방사낭중(方司郎中)에 임명되었다. 황제의 명을 받들어 진강(鎮江)의 양곡을 징발하는 책임자가 되었다. 진강의 대부분의 전답은 모두 공신들의 소유였기 때문에 세금을 걷기가 매우 어려웠고 백성들은 그들의 수탈에 고통당하고 있었다. 이에 유숭은 조정에 극력 요청하여 백성들에 대한 조세부담을 경감해 달라고 청해 가까스로 허락을 받아냈다. 북평(北平)의 안찰사부사(按察司副使)로 전임되자 형벌을 줄이고 행정을 간편하게 행했다. 유랑하는 백성들이 불러서 옛날의 생업에 종사하게 만들었다. 관할의 학궁 옆에 문천상을 기리는 사당을 세웠다. 학궁의 대문 앞에 비를 세워 불필요한 요역을 시켜 학생들을 혹사시키는 부현(府縣)의 불법적인 행태를 고발하게 만들었다. 일찍이 벽지의 역마를 줄여서 완평성의 실력을 증강하라고 조정에 상주하자 황제가 비준하면서 근신들에게 “역참에 종사하는 백성들이 차별받아 고생한지가 오래지만 유숭이 감히 그 폐해를 지적했다. 자고로 목민관이라는 이래야 마땅하지 않는가?”라고 유숭을 칭송했다. 당시 사이가 나쁜 승상 호유용(胡惟庸)에 의해 어떤 사건에 연좌되어 운수 계통의 한직으로 폄적되었으나 취임하지 않고 사직했다. 홍무 13년(1380년), 호유용이 처형되자 조정에 불려가 예부시랑에 임명되었다. 미처 취임하기 전에 이부상서로 발탁되었다. 그 해에 근신전(謹身殿)이 벼락이 치자 황제가 신료들을 불러 시정의 문제점을 의논하게 했다. 유송이 머리를 조아리고 ‘덕을 쌓고 인정을 베풀어야한다’고 간언했다. 그리고 얼마 후에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 다음 해 3월에 전 형부상서 이경(李敬)과 함께 조정에 불려가 이경은 국자좨주(國子祭酒)에 유숭은 국자사업(國子司業)에 임명되었다. 황제가 말안장을 하사하여 아침저녁으로 접견을 행하고 한 번 부르면 장시간 한담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10일 만에 폭질로 죽었다. 죽음에 임했을 때도 여전히 문하생들에 가르침을 전했다. 이어서 이경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천자가 이 숭에게 국자감 학생들을 가르치라고 명하시고 장차 일을 성공하라고 책하시려고 하는 마당에 제가 오히려 갑자기 죽게 되고 말았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집안일에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황제가 유사에게 명하여 빈렴을 행하고 친히 조문을 지어 애도했다.
유숭은 어려서부터 박학다식했으며 천성이 청렴하고 근신했다. 삼형제가 띠로 엮은 집에서 함께 살았고 전답은 50무였으나 높은 관직에 올라서도 재산은 늘어나지 않았다. 10년 동안 한 벌의 옷으로 살다가 쥐가 갉아먹자 그때서야 새로 옷을 지어 입었다. 자녀들에게는 언제나 헌 옷을 기워 입혔고 관직에 있었을 때는 가권을 데리고 다니지 않았다. 북평에 부임할 때는 동자 한 명을 데리고 갔으며 임기가 끝났을 때는 그 가동만을 데리고 돌아왔다. 매일 저녁때가 되면 퇴근하여 독서를 하다가 왕왕 다음 날 새벽에 이르곤 했다. 시작에 능해《사옹집(槎翁集)》,《직방집(职方集)》등의 문집이 있고 예장 사람들은 그를《서강파(西江派)》의 창시자로 추존하고 있다.
2020-01-29 0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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