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刑惡(사형악)
-고약한 사사로운 형벌-

정섭(鄭燮)
청나라 강희 32년인 서기 1693년에 태어나서 건륭30년인 서기 1765년에 죽은 문인이자 화가다. 자는 극유(克柔), 호는 판교(板橋)다. 강소성 흥화(興化) 출신이다. 건륭 원년인 1736년에 진사가 되어 산동성 범현(范縣), 유현(濰縣) 등의 지현(知縣)이 되었다가 흉년에 백성들에게 양식을 너무 많이 나누어주었다는 이유로 파면되었다. 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시와 그림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만년에 양주(揚州)로 은거하여 그림을 그려 팔아 유유자적했다.
양주팔괴(揚州八怪)의 대표적인 인물로 서화에 뛰어났으며, 대나무 그림은 일가를 이룰 정도로 유명하다. 칼날 같은 대나무 잎과 깎은 듯 우뚝 솟은 바위의 형상으로 독특한 화풍을 이뤘는데, 정판교의 대나무 그림은 전통적 기법을 초월한 청신하면서도 강인한 기취(奇趣)를 담고 있다. 대나무 그리기(畵竹)에 대한 그의 화론(畵論) 역시 중국 회화사에서 중시되고 있다.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말로 유명한 그는 총명하기도 어렵고, 어리석기도 어렵다지만, 총명한 사람이 어리석게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했다. 문집으로 《판교전집(板橋全集)》이 있다.

위충현(魏忠賢)이 많은 현인들을 잡아다 고문하기 시작한 이래[自魏忠賢拷掠群賢(자위충현고략군현)], 그룻된 형벌이 무수히 생겨[淫刑百出(음형백출)], 그 해독은 여전히 세상에 남아있다.[其遺毒猶在人間(기유독유존인간)]. 아전들이 혹독한 고문을 행해 금전을 갈취하고 있음에도[胥吏以慘掠取錢(서리이참략취전)], 장관들은 전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官長或不知也(장관혹부지야)]. 어진 군자들의 가슴을 지극히 아프게 하는 일이다.[仁人君子有至痛焉(인인군자유지통언)]

※위충현(魏忠賢) : 명나라 말년의 신종(神宗) 때의 환관으로 궁궐로 들어가 희종(憙宗)의 총애를 받아 멋대로 세도를 부리며 자기 뜻에 거들리는 많은 사람들을 사사로이 잡아다 고문하고 처형했다. 새로 즉위한 사종(思宗)이 쫓아내자 죄가 두려워 자살했다.

官刑不敵私刑惡(관형부적사형악)
관청의 형벌은 사사로운 형벌만큼 고약하지 않으니

掾吏搏人如豕搏(연리박인여시박)
아전들이 사람을 멋대로 잡아 돼지처럼 묶어서 데리고 가서는

斬筋抉髓剔毛發(참근결수척모발)
힘줄을 자르고 골수를 파내기도 하고 머리털을 뽑기도 한다.

督盜搜贓例苛虐(독도수장예가학)
도적을 심문하고 장물을 찾을 때보다도 더 가혹하다.

吼聲突地無人色(후성돌지무인색)
소리 지르며 땅에 엎어지면 생기가 하나도 없는데

忽漫無聲四肢直(홀만무성사지직)
갑자기 소리도 없이 사지를 쭉 내리뻗는다.
遊魂蕩漾不得死(유혼탕양부득사)
떨어진 넋은 떠다니면서도 죽을 수도 없으니

婉轉回蘇天地黑(완전회소천지흑)
겨우 되살아났지만 천지간이 아득하다.

本因凍餒迫爲非(본인동뇌박위비)
본시 헐벗음과 굶주림에 몰려 잘못을 저지렀는데

又値奸刁取自肥(우치간조취자비)
또 간악한 자들을 만나 그들을 살찌우기 위해 착취당하게 되었다.

一絲一粒盡搜索(일사일립진수색)
실 한 오라기, 쌀 한 톨 모두 들추어내어

但憑皮骨當嚴威(단빙피골당엄위)
겨우 가죽과 뼈만 남아있는데도 심한 고문 가한다.

累累妻女小兒童(누루처녀여소아동)
많은 어린 소녀들과 아동들까지도

拘囚系械網一空(구소계계망일공)
오라를 메고 형틀을 채워 모두를 잡아왔다.

牽累無辜十七八(견누무고십칠팔)
십에 칠팔은 모두 무고하게 끌려온 사람들이고

夜來鎖得鄰家翁(야래쇄득인가옹)
밥이 되자 이웃집 영감도 족쇄에 채워져 끌려왔다.

鄰家老翁年七十(인가노옹연칠십)
이웃집 영감은 금년 나이 칠십인데

白梃長椎敲更急(백정장추고갱급)
흰 막대기와 긴 몽둥이로 사정없이 내리친다.

雷霆收聲怯吏威(뇌정수성겁이위)
관원들 위세에 우레조차 겁이나 소리를 거두고

雲昏雨黑蒼天泣(운혼우흑창천읍)
검은 구름에서 비 쏟아지니 하늘도 울고 계신 듯하다.

《私刑惡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