遊黃華山(유황화산)

- 황화산을 유람하며 -

원호문(元好問)

자는 유지(裕之)이고 호는 유산(遺山)이다. 태원(太原) 수용(秀容 : 현 산서성 흔주(忻州)) 출신이다. 북위 왕조를 세운 선비족 척발씨(拓跋氏)는 한화정책을 추진할 때 원(元)을 성씨로 삼았다. 원호문은 금나라 흥정(興定) 5년인 서기 1221년에 진사가 되어 현령 등의 관직을 지냈지만 금이 멸망한 후에 수년 감옥에 갇혀있다가 만년에 고향으로 돌아가 출사하지 않고 집에칩거 하면서 저술활동에 매진했다. 원헌종(元憲宗) 7년인 서기 1257년에 향년 6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원호문은 북위(北魏))의 태무제(太武帝) 척발도(拓跋燾)의 후예로 그의 선조들은 낙양, 汝州(여주), 平定州(평정주) 등으로 옮겨 살았다. 원호문의 증조부 원춘(元春) 때 다시 흔주(忻州)로 이주하고 그의 조부 원자선(元滋善)은 금나라 해릉왕(海陵王) 정륭(正隆) 2년인 서기 1157년 지금의 내몽고 토묵특우기탁극탁(內蒙古土默特右旗托克托附近）부근의 유복(柔服)의 승(丞)에 임명되었고, 부친 원덕명(元德明)은 여러차례 과거에 낙방하고 향리에서 향학을 가르쳤다. 부친은《동암집(東岩集)》을 남겼다.

원호문은 송금(宋金)이 대치할 때 북방문학을 대표하는 중요인물로 북방문단의 맹주였다. 이어서 원금(元金) 교체기 문학상의 전통을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훌륭히 수행했음으로 북방의 문호, 일대 문학의 종주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는 시(詩), 문(文)사(詞), 곡(曲) 등에 모두 능했으나 그 중 시작에 특히 뛰어났다. 5천여 수의 작품을 지었다고 하는데 많은 작품이 일실되고 1100여 수만 남아 《원유산선생전집(元遺山先生全集)》과《중주집(中州集)》으로 전한다.

黃華水簾天下絕(황화수렴천하절)

천하의 절경 황화산(黃華山) 폭포①

我初聞之雪溪翁(아초문지설계옹)

나는 설계옹(雪溪翁)에게서 처음 들었다.②

丹霞翠壁高歡宮(단하취벽고환궁)

붉은 놀에 물든 푸른 벽은 고환(高歡)의 궁전③

銀河下濯青芙蓉(은하하탁청부용)

은하수가 내려와서 씻어낸 푸른 연꽃

昨朝一遊亦偶爾(작조일유역우이)

지난 아침의 유람도 역시 우연이었기에

更覺摹寫難爲功(갱각모사난위공)

잘 묘사하기가 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是時氣節已三月(시시기절이삼월)

지금의 절기는 이미 춘삼월인데

山木赤立無春容(산목적립무춘용)

나무는 벌거벗어 봄 자태라고는 없다.

湍聲洶洶轉絕壑(단성흉흉전절학)

콸콸 흐르는 여울물은 깎아지른 골을 돌아들고

雪氣凜凜隨陰風(설기늠름수음풍)

눈의 싸늘한 한기 찬바람 따라 스며드는데

懸流千丈忽當眼(현류천장홀당안)

천길 폭포수 갑자기 눈앞에 솟아

芥蒂一洗平生胸(개불일세평생흉)

평생 맺힌 응어리를 단숨에 씻어낸다.

雷公⑧怒激散飛雹(뇌공노격산비포)

뇌신이 격노해 우박을 내리치니

日腳⑨倒射垂長虹(일각도사수장홍)

석양에 반사되어 긴 무지개 드리운다.

驪珠⑩百斛供一瀉(여주백곡송일사)

아름다운 구슬 100섬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海藏翻倒愁龍公(해장번도수용공)

용궁의 창고가 뒤집힌 줄 알고 용왕이 놀라고

輕明圓轉不相礙(경명원전불상애)

가볍고 맑고 둥근 구슬이 거침없이 구른다.

變見融結誰爲雄(변견융결수위웅)

모습바꾸어 합쳐지니 누구를 위해 뽐내는가?

歸來心魄爲動蕩(귀래심백위동탕)

돌아오는 길에서도 가슴은 여전히 벌렁거리고

曉夢月落春山空(효몽월락춘산공)

새벽꿈에 달마저 져서 봄산이 텅 비었다.

手中仙人九節杖(수중선인구절장)

신선의 아홉 마디 선장을 구하지 못해

每恨勝景⑫不得窮(매한승경부득궁)

빼어난 경치를 다 볼 수 없어 한스러워

攜壺重來岩下宿(휴호중래암하숙)

술동이를 들고 다시 한번 더 와서 바위 밑에 머물기로

道人已約山櫻紅(도인이약산앵홍)

도사와 산앵두가 붉게 읽을 때를 미리 기약했다.

주석

①황화산(黃華山) : 융려산(隆慮山) 혹은 임려산(林慮山)이라고도 하며 지금의 하남성 임주시(林州市) 서 25리에 있는 해발 200미터의 산이다.

②설계옹(雪溪翁) : 왕정성(王庭箱)의 호로 자는 자단(子端)이다. 원세종 대정(大定) 연간에 진사에 합격하여 공봉한림(供奉翰林)으로 관직생활을 하다가 은퇴하여 지금의 하남성 안양시(安陽市)인 창덕(彰德)과 임주시 등지에서 거처하다가 황화산의 전야를 사들여 독서하면서 스스로 황화산주 혹은 황하노인이라고 칭했다.

③고환(高歡) : 남북조시대 북제(北齊)의 창건자인 신무제(神武帝)다. 일찍이 황하산의 봉우리에 궁전을 건설해서 피서산장으로 사용했다.

⑦개체(芥蒂)：가슴 속에 맺힌 조그만 응어리. 가슴에 쌓인 불쾌한 심정을 비유했다.

⑧뇌공(雷公)：고대신화에 나오는 번개를 주관한 신. 왼손으로 잡은 북을 오른 손으로 추를 두드려 내는 북소리로 번개를 쳤다고 했다.

⑨일각(日腳)：구름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다. 指

⑩여주(驪珠)：깊은 연못에 사는 여룡(驪龍)이 입에 물고 있었던 전설상의 귀중한 진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