村媼提攜六歲兒(촌온제휴육세아)
촌 할미가 여섯 살 아이를 이끌고 와서

賣向吾廬得穀四斛半(매향오려득곡사곡반)
우리 집을 찾아와 아이 값으로 곡식 네 말을 내라고 한다.

我前問媼(아전문온)
내가 할미에게 묻기를

“賣兒何所爲(매아하소위)？”
“아이를 팔아 무엇에 쓰려고 하는가?”

媼方致詞再三歎(온방치사재삼탄)
할미가 서너 번 탄식하며 말하기를

“夫老病臥盲雙目(부노병와맹쌍목)
할배는 병들어 누웠는 데 두 눈이 멀었고

朝暮死生未可蔔(조모사생미가복)
아침저녁으로 생사를 알 수 없습니다.

近村五畝止薄田(근촌오무지박전)
마을 근처 다섯 무의 밭은 척박하고

環堵兩間惟破屋(향도양간유파옥)
담장은 부서진 두 칸 집은 둘렀습지요.

大兒十四能把犁(대아심사능파리)
큰 애는 열 넷인 데 쟁기질을 할 수 있지만

田少利微飯不足(전소리미반부족)
작은 밭의 소출은 밥짓기에도 부족하고

去冬蹉跎負官稅(거동차타부관세)
지난 겨울 농사 망쳐 세금조차 낼 수 없어

官卒打門相逼促(관졸타문상핍촉)
관졸이 문 두들기며 서로 재촉했습니다.

豪門稱貸始能了(호문칭대시능료)
부잣집에서 가까스로 돈을 빌리기 시작했는데

回頭生理轉局縮(회두생리전국축)
살아갈 방법을 생각해보니 더욱 막막했습니다.

中男九歲識牛羊(중남구세식우양)
가운데 놈은 아홉 살인데 소와 양을 칠줄 알아서

雇與東鄰辦芻牧(고여동린판추목)
동쪽 이웃집에 고용살이 가서 목동이 되었으나

豪門索錢如索命(호문색전여색명)
부잣집 빚 독촉은 목숨을 재촉하는 것과 같은데

病夫呻吟苦枵腹(병부신음고효복)
병든 할배는 신음하며 빈창자로 고통스러워합니다.

以此相顧無奈何(이차상고무나하)
서로 쳐다만 보면서 어찌할 수 없어서

提攜幼子來換穀(제후유자래환곡)
곡식과 바꾸려고 애를 데려왔습니다.

此穀半准豪門錢(차곡반준호문전)
곡식을 받으면 반은 부잣집 빚을 갚고

半與病夫作睟粥(반여병부작수죽)”
반은 병든 할배 죽을 끓여 줄 겁니다.”


村媼詞終便欲去(촌온사종편욕거)
촌 할미가 말을 마치고 돌아가려고 하는데

兒就牽衣呼母哭(아취견의호모곡)
아이가 애미 옷을 끌어당기며 통곡한다.

媼心戚戚複爲留(온심처걱복위유)
할미 마음 슬픔에 미어져 가다말고 머물고

夜假空床共兒宿(야가공상공아숙)
밤이 되자 빈 침상 빌려 아이와 같이 잠을 잔다.

曙鼓冬冬雞亂叫(서고동동계란규)
새벽 북소리 둥둥 울리고 닭울음소리 소란하니

媼起徬徨視兒兒睡熟(온기방황시아아수숙)
황망한 할미가 일어나 아이를 보니 깊이 잠들었다.

吞聲飲泣出城走(탄성음읍출성주)
울음을 삼키고 성을 나가 달려가니

得穀且爲贍窮鞠(득곡차위첨궁국)
얻은 곡식은 장차 굶주린 사람 목숨 구하리.

兒醒呼母不得見(아성호무부득견)
아이가 깨서 애미가 보이지 않자

繞屋長號更蹢躅(효옥장호갱척촉)
지붕 두르는 긴 울부짖음에 다시 서성인다.

觀者爲灑淚(관자위서루)
보는 자는 눈물 흘리고

聞者爲顰蹙(믄지위빈축)
듣는 자는 얼굴 찡그린다.

籲嗟(약차)！
아!

猛虎不食兒(맹호불식아)
사나운 호랑이도 어린아이는 안 잡아먹고

更見老牛能舐犢(갱견노우능지독)
늙은 소는 지 송아지 핥아 주는데

胡爲棄擲掌上珠(호위기척장상주)
어찌하여 손바닥 위의 구슬 같은 자식 버리고

等閑割此心頭肉(등한할차심두육)
등한히 심장의 살덩이를 잘라 내는가?

君不見(군불견)
그대는 보지 못하는가?

富人田多氣益橫(부인전다기익횡)
전답이 많은 부자는 기세가 올라 더욱 횡포를 부리는데

不惜貨財買童仆(부석화재매동복)
재물을 아끼지 않고 어린아이를 사들인다.

一朝叱吒嗔怒生(일조질타진노생)
하루아침 갑자기 성을 내며 질타하니

鞭血淋漓寧有情(편혈림이영유정)
채찍 맞아 흥건한 피에 어찌 정이 들겠으며?

豈知骨肉本同胞(기지골육본동포)
골육이 원래 동포임을 어찌 알겠는가?

人兒吾兒何異形(인아오아하이형)
남의 아들, 내 아들이 어찌 다른 모습인가?

嗚呼(오호)！
아!

安得四海九州同一春(안득사해구주동일춘)
어찌 사해구주에 같은 봄을 얻어서

無複鬻女賣兒人(무복죽녀매아인)
다시는 딸과 아이를 파는 사람을 없앨 수가 있을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