十日賣一兒(십일매일아)
열흘 만에 한 아이를 팔고

五日賣一婦(오일매일부)
닷새 만에 마누라 팔아

來日剩一身(내일잉일신)
내일은 이 한 몸만 남아

茫茫即長路(망망즉장로)
아득한 먼 길을 떠나리!

長路迂以遠(장로우이원)
먼 길은 구불구불하고 아득한데

關山雜豺虎(관산잡시호)
산의 길목에는 시랑과 호랑이가 득실거리고

天荒虎不饑(천황호불기)
흉년이 들어도 호랑이 굶지 않으니

旰人飼岩阻(간인사암조)
험한 바위에 숨어서 사람들을 노리고

豺狼白晝出(시랑백주출)
승냥이와 늑대는 백주 대낮에도 출몰하니

諸村亂擊鼓(제촌란격고)
마을들은 북을 어지러이 쳐서 널리 알린다.

嗟予皮發焦(차여피발초)
아아, 나는 살가죽이며 머리털이 말라버렸고

骨斷折腰膂(골단절요려)
뼈는 부러지고 허리와 등뼈는 상했으니

見人目先瞪(견인목선등)
사람을 만나면 눈이 먼저 노려보게 되고

得食咽反吐(득식인반토)
먹을 것이 생겨 삼켜도 토하게 된다.

不堪充虎餓(불감충호아)
호랑이 주린 배를 채워줄 정도도 못되어

虎亦棄不取(호역기불취)
호랑이도 역시 알고 잡아먹지 않는다.

道旁見遺嬰(도방견유영)
길가 옆에는 버려진 아이 있는데

憐拾置擔釜(인습치담부)
불쌍히 여겨 주워서 짊어지고 있던 솥 안에 담으니

賣盡自家兒(매진자가아)
자기 자식은 다 팔아버리고

反爲他人撫(반위타인무)
오히려 남의 자식 돌보아주게 생겼다.

路婦有同伴(노부유동반)
길에서 만난 부인과 함께 가면서

憐而與之乳(인이여지유)
가엽게 여기고 젖을 물려주자

咽咽懷中聲(인인회중성)
꿀꺽꿀꺽 부인으 품 안에서 소리를 내고

咿咿口中語(이이구중어)
쫑알쫑알 입으로는 말을 하는 듯하다.

似欲呼爺娘(사욕호야랑)
마치 자기 부모를 부르는 듯 하는데

言笑令人楚(언소영인초)말하고 웃게 되자 사람의 마음 쓰라리게 한다.

千裏山海關(천리산해관)
천 리 떨어진 곳 산해관이 있고

萬裏遼陽戍(만리요양수)
만리 떨어진 곳에 요양의 수자리가 있다는데

嚴城齧夜星(엄성설야성)
웅장한 성벽은 한밤중의 별들을 물어뜯으려는 듯

村鐙照秋滸(촌등조추허)
마을의 등불만이 가을 물가를 비친다.

長橋浮水面(장교부수면)
물 위에 떠 있는 긴다리

風號浪偏怒(풍호랑편노)
사나은 바람에 물결은 온통 성난 듯하고

欲渡不敢攖(욕도불감영)
건너가야 하겠는데 감히 가까이 가지 못하는 이유는

橋滑足無屨(교활족무구)
다리는 미끄럽고 신발도 없기 때문이다.

前牽複後曳(전견복후예)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一跌不複舉(일질불복거)
한 번 넘어지자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過橋歇古廟(과교헐고묘)
다리를 건너 낡은 묘당에서 쉬게 되자

聒耳聞鄉語(괄이문향어)
귀에 요란하게 고향 말이 들여오는데

婦人敘親姻(부인서친인)
부인은 자기 친척들 이야기를 하고

男兒說門戶(남아설문호)
남자는 자기 집안 이야기다

歡言夜不眠(환언야불면)
기뻐서 이야기하느라 밤새 잠도 자지 않으니

似欲忘愁苦(사욕망수고)
마치 시름과 괴로움을 그것으로 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未明複起行(미명복기행)
새벽에 다시 일어나 길을 떠나는데

霞光影踽踽(하광영우우)
아침 햇살에 그림자만 외롭다.

邊牆漸以南(변장잠이남)
변경의 장성 모습이 점점 남쪽에서 나타나자

黃沙浩無宇(황사호무우)
누런 모래만이 한도 없이 넓게 펼처져 있다.

或雲薛白衣(혹운설백의)
어떤 사람은 당나라 때의 백의장군 설인귀가

征遼從此去(정요종차거)
요동 정벌을 이곳에서 시작했다고 말하고

或雲隋煬皇(홍운수양황)
어떤 사람은 수양제가 이곳에서 출정하여

高麗拜雄武(고려배웅무)
고구려가 그의 영웅다움에 굴복했다고 말한다.

初到若夙經(초도약숙경)
처음 온 곳이지만 전에 와보았던 곳만 같아

艱辛更談古(간신갱담고)
고난 중에도 아시 옛 일을 이야기한다.

幸遇新主人(행우신주인)
다행히 새로운 주인을 만나

區脫與眠處(구탈여면처)
토방이나마 잠 잘곳을 얻게 되었다.

長犁開古跡(장리개고적)
긴 쟁기로 낡은 자갈밭 일구어

春田耕細雨(춘전경세우)
봄밭을 갈게 되자 부슬비가 내린다.

字牧馬牛羊(자목마우양)
말과 소양을 기르는데

斜陽穀量數(사양곡량수)
지는 해 아래 골짜기의 수효는 헤아릴 수 없다.

身安心轉悲(신안심전비)
몸이 편안해지자 마음은 도리어 슬퍼지니

天南渺何許(천남묘하허)
하늘 아래 남쪽 땅은 얼마나 멀어졌는가?

萬事不可言(만사불가언)
모든 일 말로 할 수는 없고

臨風淚如注(임풍누여주)
바람 맞으며 눈물만 비처럼 내리누나!